한국전력공사가 4분기 연속 흑자를 냈지만 다시금 적자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전은 지난 8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연결기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흑자를 기록했으나 개별기준으로는 적자전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부터 이번 2분기까지의 흑자는 에너지위기 이후 국제유가가 안정화되면서 국내 도매전력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이 하락했고, 지난해 11월 산업용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10.6원 인상한 영향이다.
한전이 40조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20분기 이상 1~2조원대의 흑자를 꾸준히 기록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정부 모두 추가적인 요금 인상을 단행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국제유가 상승 시 4분기부터는 다시 적자로 접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12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3분기는 전통적인 전력수요 성수기라 한전이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등이 하반기 글로벌 석유 수요가 빠르게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현재 70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회의를 통해 하루 220만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 규모를 오는 9월 이후 1년간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내년 시장의 석유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를 촉발시켰다. 미국 에너지청(EIA)도 월간 단기 에너지 전망에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에 대해 이미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던 기존 전망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전은 지난해 11월 산업용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아워(kWh)당 10.6원 인상한 게 전부다. 국제유가가 안정화 되고 있어 분기마다 산정하는 연료비조정단가도 줄곧 5원으로 동결하고 있다.
결국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기본요금인 전력량요금을 인상해야 하지만 전력당국은 명분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부터 김동철 사장이 직접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 추가적으로 kWh당 50원 수준의 기본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요금 인상에 제약이 있는 현 상황에선 지속적인 국제연료비와 도매가(SMP)하락, 매출 증가가 아니고서야 수익을 쌓을 방법이 없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각종 전기요금 인하를 앞다퉈 주장하고 있는 터라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정치권이 에너지위기를 겪고도 외부 환경의 호재에 기대 본질적인 시장 기능 정상화보다는 포퓰리즘에만 혈안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정치권이 전기요금을 대하는 자세는 일관성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없고, 책임감도 전혀 없다"며 “한전 채권발행 한도를 상향하는 한전법 개정안을 논의할 때는 전기요금 인상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며 반대표를 던져놓고선,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 지역이나 특정 계층을 위해 전기요금을 깎아달라는 입법안을 발의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에 전기요금을 감면해서 한전의 적자가 더 늘어난다면, 그때도 또 한전의 방만경영을 문제 삼고, 자산매각과 성과급 반납을 요구하고, 뼈를 깎으라는 말을 할 것인지도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