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2월 전 세계 평균기온이 역사상 2월 기온 중 가장 높았고, 2023년 3월부터 12개월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6도 높아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년간 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 상승폭의 마지노선인 1.5도를 넘긴 것이다. 2015년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파리협정을 무색하게 하는 수치다.
이와 같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파편화된 국가별 대응 정책들이 다양하게 도입되고 있다.
제품에 탄소세를 부과하기도 하고, 탄소를 감축한 실적을 기업끼리 거래하게 만드는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기도 하는 등 각 국가별 사정에 맞게 탄소에 가격을 부과해 감축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탄소 규제가 강한 국가와 약한 국가간 탄소 가격이 달라 국가별 제품의 생산비용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즉, 환경을 위해 탄소 규제를 강하게 시행하는 국가의 제품 생산비용이 높아져 글로벌 경쟁력이 감소하게 되는 불공평한 탄소 가격 차이는 국가간 상품 교역시 특히 문제가 된다.
유럽연합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탄소 규제가 약한 국가에서 만든 제품을 EU로 수입할 경우 생산국의 탄소가격과 EU의 탄소가격의 차이에 대해 요금(Tariff)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도입했다.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기, 수소 등 6가지 수입품에 대해, 2023년 10월부터 2년간 '전환 기간'(transition period)을 거쳐 2026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미국도 2023년 6월부터 탄소국경조정 준비와 관련된 법안 5개를 발의하였다. 그 중 'PROVE IT ACT(Providing Reliable, Objective, Verifiable Emissions Intensity and Transparency Act)'는 2023년 7월 발의된 후 올해 1월 18일 법안심사회의를 통과하여 입법절차를 진행 중인데, 미국 에너지부에게 주요국을 대상으로 22개 지정품목(철강, 시멘트, 수소, 핵심광물, 천연가스, 태양광 등)의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조사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탄소국경조정을 시행하려면 국내외 제품별 탄소배출량이 기준으로 되므로,관련 데이터의 확보는 탄소국격조정제도 도입시 필수다.
더욱이, 지난 4월 16일에는 백악관 기후통상 TF 발족을 발표한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탄소 배출이 많은 상품의 수출(carbon dumping)을 방지하는 기후통상정책을 마련하고, 제품별 탄소배출량 등의 데이터 확보가 TF의 미션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도 2027년부터 Border Carbon Adjustment를 시행한다고 발표하며, 올해 대상품목을 확정하고 이행 규정 등을 추가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철(iron), 철강(steel), 알루미늄, 비료, 수소, 세라믹, 유리, 시멘트 등과 같은 탄소 집약적 제품이 대상품목에 포함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호주 및 캐나다 등도 탄소국경조정과 유사한 효과가 있는 형태의 제도 도입을 고민하고 있고, 러시아 및 튀르키예 등은 탄소국경조정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내 탄소가격제도 도입을 선언했으며, 인도, 인도네시아, 칠레, 브라질, 태국 등은 자국내 탄소가격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 중에 있다.
필자는 지난 1월 프랑스 몽테뉴연구소(Montaigne Institut)가 주최한 유럽연합(EU)-아시아 정책 워크숍에 참석해 탄소국경조정 및 탄소가격 제도로 인한 기업에의 영향에 대해 논의했고, 지난 3월에는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Chatham House)가 주최한 탄소국경조정 워크숍에 참석해 영국, EU, 브라질 등 다양한 국가 전문가들과 함께 탄소국경조정 확산시 개도국의 애로사항에 대해 토론했다.
이 논의과정에서 탄소국경조정과 탄소가격 제도의 국가별 확산이 현살화되고 있음을 절감했다. 공통된 국제사회의 기후목표를 향한 장기적 '국제협력' 보다 국가별 탄소정책을 통한 단기적 '국제압력'이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고 있다.
김성우
[김성우 칼럼] 미필적 고의와 기후위기
2024.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