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칼럼] 넷제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2024-03-24 09:00:16 댓글 0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유엔환경계획(UNEP)은 녹색경제를 '넷제로(Net Zero) 전환을 위한 경제활동, 공공 및 민간투자'라고 정의했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자원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생태계 손실을 예방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포함한다. 그 규모는 지난해 관련 기업의 시가총액 기준으로 약 6조 5000억 달러로, 2016년 대비 약 3배 확대되었다. 150여개국이 넷제로를 선언했는데 이를 달성하려면 2050년까지 매년 7조 달러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2022년 5월 국제 로펌인 White & Case에서 전세계 29개국 투자회사 및 에너지기업 고위경영자 총 584명을 대상으로 향후 18개월내에 어느 분야에 투자할 것인지를 물었더니 가장 많은 42%가 '탈탄소/저탄소 기술'을 꼽아 글로벌 기업의 단기 투자 전략이 넷제로 전환임을 명확히 시사했다.

그러나 최근 2년새 예상치 못했던 전쟁들이 일어났고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과연 이런 전략이 여전히 유효할지 궁금했다. 마침 2023년 9월(공교롭게 위 설문 뒤 약 18개월 후) 흥미로운 설문결과가 공개되었다. 영미 로펌인 Womble Bond Dickinson에서 18개월 전과 유사하게 전세계 투자회사 및 에너지기업 고위경영자와 프로젝트 매니저 등 총 456명을 대상으로 “지난 1년간 회사의 에너지전환 전략(운영 및 투자)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를 물었더니, 응답자의 90%가 전환 전략에 오히려 더 집중했거나(56%) 유지했다고(34%) 응답했다. 지원금, 인허가, 인프라, 감축목표 등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과 더불어 비용증가 등 경제여건이 어려운 점이라고 밝히면서도, 바이오에너지, 폐기물자원화, 에너지 및 자원 효율증대, 탄소포집, 에너지저장, 전기차 등을 가장 매력적이고 성장가능한 기회로 꼽았다. 즉, 불확실성의 위험과 성장·도약의 기회가 공존하는 와중에도, 탈탄소 투자에 집중하는 넷제로 전략은 적어도 유지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 세가지 동인이 있다고 본다. 첫째, 기술가격 하락과 확산의 선순환이다. 태양광 설비는 지난 10년간 가격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격이 떨어지면 보급이 확산되고, 보급이 확산되면 규모의 경제로 가격이 더 떨어진다. 2009년 세계에너지기구(IEA)는 태양광 발전은 너무 비싸서 다른 발전원들과의 경쟁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지만 현실은 예상치를 크게 넘어섰다. 2022년 기준 전세계 신규 발전소 설치용량의 5분의 4가 재생에너지고, 2023년 기준 전세계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용량 중 태양광이 4분의 3을 차지했다.

둘째 동인은 산업정책의 확산이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고조되고 국가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세계 각국에서 특정 산업에서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자국내 청정에너지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표적인 산업정책을 도입했고, EU도 탄소중립산업법(NZIA) 등 상응하는 법을 마련했다. 이러한 정부지원은 넷제로 전환 투자에 대한 경제성을 높여 관련 투자를 활성화 시킨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려는 강한 의지다. 지난 1월 울산에서 1만6200TEU급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명명식이 세계 최초로 진행되었다. 이는 세계적인 해운그룹 AP몰러-머스크(이하 머스크)가 2022년까지 발주한 총 18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중 첫 번째 선박이다. 메탄올은 탄소 등 오염물질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선박 연료다. 머스크는 연료 수급이 불확실한데도 친환경 해운 시장 선점을 위해 그 비싼 배를 먼저 발주했다. 마치 전기차 충전소가 확충될지 불확실함에도 친환경 물류시장 섬점을 위해 조단위 규모의 전기차를 미리 주문한 것과 같다.

최근 국내에는 넷제로 전환 전략의 속도를 조절하려는 고민들이 많다. 예상치 못한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 이런 고민은 당연하지만, 정책불확실성 및 경제위기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 넷제로 전환 전략을 지속하는 동인들도 균형 있게 고려되어야 한다.

김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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