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에너지 시장 새 바람 일으키는 해상풍력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국제협력실장
2024-03-19 08:35:51 댓글 0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국제협력실장


바람은 태양 복사 에너지, 지구의 자전, 산과 들, 바다 등의 불규칙한 지표면 등 여러가지 요인들 때문에 발생한다. 기원전 3천년경 고대 이집트에서는 노 젓는 수고를 덜기 위해 배에 돛대를 세워 바람을 동력으로 이용하였다. 육지에서 바람을 동력으로 사용한 풍차의 역사는 천 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밭에 물을 대고 곡물을 빻고 물을 퍼 올리는 용도로 풍차를 이용하면서 고되고 시간이 많이 드는 노동이 크게 줄었다.

15세기에서 17세기까지의 대항해시대는 기술사적으로 범선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한강 유람선 크기의 범선이 바람에만 의존해 세계의 바다를 누볐다. 당시 범선 항해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무풍지대였다. 적도와 북위 및 남위 30도 지점은 무풍지대가 존재하는 지역이다. 무풍지대로 인해 범선의 항해 경로는 매우 길었다. 유럽에서 북미로 향할 때는 서아프리카까지 내려가서 편동풍인 무역풍을 이용했고, 유럽으로 돌아올 때는 보스턴까지 올라간 다음 편서풍을 탔다.

바람으로 전기를 만드는 풍차는 미국의 찰스 브러시가 최초로 개발했다. 옥외 조명용인 브러시 등은 에디슨 전구의 강력한 경쟁 상대였다. 1880년에 약 6천 개의 브러시 등이 미국 곳곳을 밝혔다. 브러시 등으로 브러시는 부자가 되었고, 클리블랜드에 있던 그의 집은 석유왕 록펠러 등의 거부들이 모여 살던 거리에 있었다. 1887년에 찰스 브러시는 자신의 집 뒷마당에 18미터 높이의 풍차를 세워 지하실에 있는 발전기와 배터리에 연결하여 자신의 저택에 불을 밝혔다. 바람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였다.

현대적 풍력 터빈의 본격적 개발은 덴마크에서 이루어졌다. 덴마크의 양자 물리학자로 1922년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닐스 보어가 후원하여 설립한 리소국립연구소에서 풍력에 대한 연구를 주도했다. 보어는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나치 치하의 덴마크에서 미국으로 탈출해 오펜하이머의 스승으로서 원자폭탄 개발을 위해 여러가지 조언을 하는 인물로 나온다. 보어는 전쟁이 끝나고 코펜하겐으로 돌아와 원자력의 평화적 활용을 위해 연구소 설립을 주도했다. 여기서 개발한 덴마크 산 터빈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치되었다. 1980년대 중반에 전 세계 풍력 개발의 90%가 캘리포니아에서 이루어졌다. 1987년에 캘리포니아에 설치한 새 터빈 중 90%는 덴마크제였다.

덴마크는 1991년 세계 최초로 해상풍력발전 단지도 개발했다. 국영 에너지기업인 오스테드가 덴마크 남부 롤랑드 섬의 얕은 바다에 11기의 해상풍력 터빈을 설치했다. 바다에 터빈을 설치하면 더 강한 바람을 더 자주 맞을 수 있다. 산이나 건물 같은, 바람의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없기 때문이다. 해상풍력 터빈은 육로로 수송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크기를 훨씬 더 키울 수도 있다. 육지에서는 3~4MW급을 설치하지만, 바다에서는 용량이 두 배가 넘는 8~12MW급까지 세우고 있다.

파리협정 제2조 1항은 각국의 모든 재원 흐름을 저탄소 발전에 부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본 원칙으로 작용한다.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 이후 원자재 가격과 물가 상승, 높은 이자율 등으로 인해 해상풍력 산업이 어려움을 겪었으나, 미국 IRA의 세액공제 규정 완화, 유럽의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의 영향으로 중단되거나 지연된 사업들이 재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바람의 질도 좋은 편이다. 해상풍력을 야심차게 설치하고 있는 대만이 공급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달리, 타워, 하부구조물, 해저케이블, 해양플랜트 시공 경험과 같은 산업도 잘 발달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해외 개발사들이 한결같이 꼽는 장점이다. 현재 상업용 해상풍력이 124.5MW에 불과하지만, 이보다 185배나 많은 약 27GW가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상황이다.

해상풍력발전 단지의 운영 시에는 석탄, 가스 등의 타 전력생산 부문에는 필요한 연료비가 들지 않아 영업잉여 등의 부가가치가 크다. 부가가치는 국민소득계정의 국내총생산(GDP) 개념과 일치하므로 해상풍력 운영 부문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의 확대는 우리나라 GDP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터빈이나 전력변환장치 등에 대한 기술개발을 통해 국산화율을 높여간다면 해상풍력 설치 시의 경제적 효과도 더욱 커질 수 있다.

바람을 동력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현대 사회의 해상풍력은 대항해시대의 범선과 같다. 다른 점은 대항해시대의 범선이 식민지 수탈을 목적으로 세계를 누볐다면, 해상풍력은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기후변화 완화라는 인류 전체의 복리증진을 위해 평화롭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상풍력이 탄소중립 시대의 주역이 되기를 희망한다.

박성우

데이터센터

일일국제원유가격

국제환율(미국 USD 매매기준율)

금 가격

국고채 금리(3년)

국내석유제품 가격 동향

국제환율(일본 JPY 매매기준율)

MICE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