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부터 폐플라스틱·폐비닐 등 가연성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시멘트, 자원순환, 열분해 업계가 엄청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과거 넘쳐나는 쓰레기를 해외로 수출했다가 반송되어 오고, 처리가 곤란해지자 소각 매립 등을 전문으로 하는 폐기물 업체의 주가가 하늘찌르듯 올라가던 때와 비교하면 정말 격세지감이다.
자원순환 혹은 폐기물 처리 자체가 서로 경쟁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이라, 환경 경제학자 입장에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폐기물에서 나프타 등을 추출하는 도시유전 사업이나 플라스틱 재활용 방식이 자원을 순환시킨다는 개념에서는 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경제적 관점에서는 시멘트 소각장 운영에 필요한 유연탄 수입을 가연성 폐기물로 대체한다는 것도 수입대체효과 및 광의의 측면에서 볼 수 있는 자원순환이기 때문이다.
물론 열분해업, 물질재활용업, 소각업, 고형연료업, 시멘트, 석유화학업계가 폐기물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밀려나서 생존의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독자적인 사업성에 바탕을 두지 않은 정부지원 의존적 수익성은 사회 전체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고 제한된 자원은 가장 효율적인 순번으로, 즉 높은 사업성에 따라 줄지어 배분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이 선의의 경쟁이 되기 위해선 광의의 경제학적 사업성이 엄격히 적용되고 있는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첫째, 먼저 규제의 공평성이 수반되어야 한다. 업계 간 동일한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면 현재의 폐기물 자원의 시멘트 업계 쏠림 현상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사실 사업성이 가장 좋은 시멘트 소성로 연료로의 사용은 일반 폐기물 소각업에 비해 훨씬 완화된 배출 허용기준 및 오염물질의 배출량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불공평하게 느슨한 규제가 시멘트 소성연료로서의 높은 사업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사업성 즉 사적인 이익에 따라 자원의 배분이 일차적으로 이뤄지지만, 공익을 위해선 경제학에서 늘 얘기하는 외부성(Externality)이 고려되어야 한다. 외부성이란 한 경제주체의 행위로 인해 제3자에게 의도하지 않은 경제적 이익이나 손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거나 지불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예컨데, 폐기물의 자원재활용을 통해서 자원의 고갈을 막고 환경을 보호하는 등의 사회적인 긍정적 효과가 발생하면 양의 외부성이 인정된다. 반면 폐기물을 소각함에 따라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면 사회적인 부정적인 외부성이 발생한다. 따라서 단순히 사적인 이익을 감안한 사업성 만을 비교해 폐기물 자원의 배분이 이뤄져선 안된다. 외부성을 감안한 공평한 규제이 적용된 후에야 진정한 사업성 비교가 가능하다.
둘째, 기존의 재활용업계도 스스로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예컨데, 열분해 및 자원재활용업의 경우 생산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이 이뤄진다. 이를 배출권으로 인정받아 매매할 수 있으면 추가적인 수익이 발생한다. 물론 현 업계에서도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탄소배출권으로서 인정받아 본인의 소유로 가져오기 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발급되는 배출권의 소유권을 두고 합의가 안돼 발급 자체가 진행되지 않은 경우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자원재활용을 통한 최종생산물의 납품처가 매우 제한돼 있는 경우가 많아 납품처에서 배출권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 막상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생산자 측에서는 탄소배출권으로 인증 받을 유인 자체가 사라진다. 이는 기업의 탄소배출 공시기준 중 가장 범위가 넓은 개념 (Scope 3)과 관련된 이슈로 협력업체와의 원자재 구매, 제품 판매 등 가치사슬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은 소유권이 모호할 수 밖에 없음을 감안해야 한다. 이는 정부가 개입해 공익적 차원에서 실제 온실가스 저감이 이뤄지도록 업계간 권리관계를 명확히 해줘야 한다.
유종민
[EE칼럼] 유상할당, 그 한계와 오해: 배출권거래제의 진정한 목적은?
2024.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