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벌어지는 기후변화는 모든 국가의 행위의 결과다. 그러나 각국의 산업구조와 경제 발전 단계에 따라 기후변화의 주원인인 이산화탄소 방출량이 다르다. 에너지원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주로 인구수가 많고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의 에너지원 구성과 탄소중립 정책 동향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안에서 한국의 역할과 방향을 잘 설정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국의 다양한 에너지원 구성은 그 나라의 에너지자원 부존 현황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원의 공급망도 지리적, 외교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구조를 갖고 있다. 탄소중립을 외치는 지금도 화석연료가 전세계 1차 에너지원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국가들이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삼는 2050년이 돼도 화석연료의 비율은 60%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화석연료 중에 단위 에너지 생산에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발생이 많은 석탄을 제외하면 석유와 가스는 2050년이 돼도 지금의 소비량이 소폭 감소 또는 유지되고, 천연가스는 소비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과정에 국제협력이 필수적인데 각국의 경제가 달려 있는 탄소중립 정책의 실현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오롯이 탄소중립 정책의 추진 속도와 규모에 달려 있다.
전 세계 지역별 에너지원의 구성을 살펴보면 유럽과 북남미 등은 수력을 포함한 신재생 비율이 20~35% 내외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고 러시아와 중동 등 산유국은 석유가스가 75~95%, 아시아 태평양지역은 석탄이 50%를 차지한다. 이처럼 지역별로 경제적으로 가용 에너지원이 다양하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북남미와 유럽은 2.5~4.2 TOE (오일 환산 톤), 러시아와 중동은 1.7 TOE 미만, 아프리카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1.4 TOE 이하다.
문제는 인구가 많은 아프리카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다. 세계 인구 75억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이 지역의 에너지 소비량이 선진국에 비해서 현저히 낮다는 것이고 이중 30억 인구의 중국과 인도의 미래 에너지원과 소비량 예측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의 에너지소비와 에너지원 구성, 산업 발전 속도에 따라 세계 에너지원 공급망이 좌우 될 것이 불 보듯 분명하다. 이들이 선진국수준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면 에너지 공급량은 급증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의 에너지원 구성이 세계 이산화탄소 방출량과 직결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만 열심히 잘한다고 탄소중립이 달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이산화탄소 방출량의 30%는 중국, 15%는 미국, 8%는 인도가 차지하고 있고 한국은 2% 미만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많은 국가들이 겉으로 2050 탄소중립을 외치지만 정작 탄소 배출량이 많은 중국과 인도는 각각 2060년, 2070년에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한다. 40~50년 이후를 말하고 있다. 5년 이후도 모르는 데 30년 후의 탄소중립은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다. 만약에 탄소중립과정에서 국제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2090년이 지나서야 탄소중립이 달성될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결국,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생존과 발전을 고려하면 현실적인 측면에서 화석연료의 사용은 수십년 간 지속될 것이며 그중에서도 석유와 가스는 연료 및 원료로서의 역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석유가스산업이 자체적인 탄소중립이 가능한 이산화탄소 저장소 역할과 수소를 생산하는 원료로서의 역할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심부 유가스전에서 나오는 생산 유체로부터 지열과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는 분야, 시간과 자본, 기술 축적이 필요한 분야, 인프라가 필요한 분야, 선제적 대응과 준비가 필요한 분야. 이것이 바로 에너지자원 공급망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멀리 보고 미리 준비하여 꾸준히 실행해야 한다.
신현돈
[EE칼럼] 부산 플라스틱협약의 성공적인 출발을 기대한다
2024.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