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거꾸로 가는 '급전(給電)' 원칙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2024-01-30 08:23:59 댓글 0
▲신동한 전국시민발전조합연합회 이사


급전(給電)이란 실수요자에게 전력을 공급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한국전력공사가 한국전력거래소를 통해 사들인 전력을 수용가에 공급한다. 한국전력거래소는 매일 하루 전에 전력공급계획을 세워 당일 시간대별로 전력을 사들인다. 전력을 사들이는 데는 원칙이 있다. 우선 경제적이어야 한다. 이왕이면 생산비용이 낮은 전기부터 사들여야 소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싸게 팔 수 있다. ‘경제급전’은 전력산업이 시작된 이래 오랫동안 급전 원칙으로 자리를 잡아 왔다.

그러다 1970년대 2차례의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급전원칙에 변화가 생겼다. 급격한 유가의 상승은 수입에너지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었고, 각국은 자립할 수 있는 대체에너지 개발을 서둘렀다. 그 결과 1980년대 풍력발전과 태양광 발전의 시장 진입이 이루어졌고, 1990년 독일은 전력망접속법을 고쳐 자립적인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우선 접속하도록 했다. 아직은 생산비가 비싼 자립에너지의 발전을 위한 이유도 있지만 자립에너지를 쓰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큰 변화는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 위기로 확대돼 온실가스 감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 오르면서다.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화석연료 연소를 줄이기 위해 도쿄의정서에 따라 먼저 감축 의무를 지게된 선진국들은 탄소세나 탄소배출권 등으로 외부비용을 내부화했다. 석유나 천연가스는 물론 가장 싼 축에 속하는 석탄화력발전 비용도 현실화되며 자연히 경제급전보다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환경급전을 우선시하게 됐다. 그 결과 오늘날 선진국에서 화석연료 발전은 육상풍력이나 대규모 태양광 발전에 비해 경제 급전에서조차 순위가 밀리는 상황이 됐다.

세 번째 파고는 2022년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소련 붕괴 이후 파이프로 연결한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던 유럽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가스의 수입선을 다변화해 미국의 LNG가 밀려들어 왔지만 가격은 오를 대로 오른 뒤였다. 유럽에서 다시 태양광 발전 붐이 일었고 자립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은 더욱 높아졌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유럽에선 자립에너지이자 청정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의 우선 구매 원칙이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도 2013년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경제급전에서 환경급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홀대하는 정부의 정책이 3년차에 접어들면서 환경급전의 원칙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주에서 실시하던 태양광 발전 출력 제어를 지난해 내륙으로도 확대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유예기간을 거쳐 ‘1MW 이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전력계통 접속보장제도(소규모 접속보장제도)’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 예측 시스템은 오차율이 3%대로 개선됐다. 그리고 전력망의 안정을 위해 출력 제어를 할 경우에는 그에 대한 보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독일처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50%에 이른 것도 아니고 10%도 안 되는 상황에서 예측시스템 개발 등 전력당국이 기울여야 할 노력은 소홀히 한 채 보상 없는 출력제어를 남발하면서 더 비싼 가스발전을 사들이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더구나 소규모 접속보장제도를 폐기하겠다는 것은 93%의 1차에너지를 수입하는 나라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보다 에너지 자립도가 높으면서도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재생에너지에 분야에 480조원을 투자하는 미국, 지난해 재생에너지법을 만들어 2030년까지 에너지 믹스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42.5%까지 높이겠다는 유럽연합은 우리보다 못한 나라들일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출력 제어에 대한 보상제도를 하루빨리 만들고, 소규모 접속보장제도의 폐기는 철회해야 한다. 환경급전의 이유와 효익을 되새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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