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UAE 컨센서스’와 한국이 할 일

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2024-01-09 07:59:53 댓글 0
▲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지난해 11월 말부터 12월 13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합의가 이뤄졌다. 무엇보다 참가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된 최종합의문 ‘UAE 합의(UAE Consensus)’다. 여기에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대, 에너지효율 2배 향상 등 목표설정과 ‘탈화석연료 전환’ 등의 내용이 명시됐다.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ing away)‘을 위해 화석연료의 ‘단계적 축소(phase down)’를 가속화한다는 합의도 이뤄졌다.

전 지구적 이행점검(GST·Global Stocktake) 결과가 예정대로 제시된 점도 큰 성과다. 2016년 말 발효되고 2021년부터 적용된 파리협정은 가맹국들에 대해 5년마다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기초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GST다. 이번 첫 번째 GST 결과에 따르면 완화(mitigation)의 경우 각국이 파리협정 후 상향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파리협정 목표 달성에는 불충분하며, 1.5도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2035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60% 감축해야 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화석연료로부터의 탈피, 메탄 등 이산화탄소 외의 온실가스 감축 등이 요구된다고 지적됐다.
 
GST는 세계적 차원의 진척 상황을 평가하는 것으로, 개별국가의 목표설정이나 진척 상황을 평가하는 게 아니다. 이번 GST 결과를 토대로 향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어떻게 수정할까 하는 것은 각국의 재량이며, 각국이 2025년까지 제출하는 갱신된 NDC(2035년 목표)에 이번 결과가 어느 정도 반영될지, 또한 1.5도에 부합하는 목표설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 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불투명하다.

적응(adaptation)과 관련해서는 개도국에 대한 자금지원, 재해방지 기술 공여 및 인재육성 등 다각적인 지원 강화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기후변화에 강한 물과 식료 등의 공급망 구축, 건강 피해에 대한 대응 강화 등도 요구됐다.

한편 국제이니셔티브의 하나로서 한국, 미국, 프랑스, 일본 등 22개국은 원자력발전 설비용량을 2050년까지 3배로 늘리는데도 합의했다. 이들 국가는 소형모듈형 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자로 뿐만 아니라 수소나 합성연료 생산 등과 같이 탈 탄소화를 위해 산업 부문에서 원자력을 더욱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원자로 개발 및 건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등 주요 5개국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제 원자력 에너지 공급망 구축을 위해 42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이들 국가는 정부 주도 투자를 통해 향후 3년간 우라늄 농축 및 전환 용량을 강화하고 러시아의 영향에서 벗어나 탄력적인 국제 우라늄 공급 시장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COP28 성과에서 미흡한 부분도 있다. 석탄화력발전의 삭감 시기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고, 석유에 대해서도 산유국의 영향력이 작용해 합의문 문구에서 명시적인 언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손실과 손해(loss & damage) 기금의 신설은 결정됐으나 기금 출연 규모는 약 8억달러에 그쳤고, 적응이나 완화에 관한 개도국 지금지원에 대해서도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COP28의 합의에 따라 우리나라도 많은 과제를 안았다. 먼저 온실가스 감축 노력 배가와 함께 NDC 목표 상향을 위한 에너지믹스 재정립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7억2700만톤을 정점으로 2022년에 6억 5500만톤으로 줄었다. 하지만 2030년 목표(2018년 대비 40% 감축)인 4억3660만톤으로 배출량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2035년 감축 목표가 더욱 상향되면 목표 달성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 전체적으로 에너지효율을 높여 배출원단위(GDP 당 배출량)를 낮추면서 탄소배출계수가 낮은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배출원단위는 1993년에 GDP 10억원당 663톤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에는 357톤까지 낮아졌다. 배출원단위를 더 낮추기 위해 산업, 수송, 건물 등의 분야에서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전기화(electrisification)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

전원믹스의 탈 탄소화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전력부문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2018년 36.9%에서 2022년 32.7%로 크게 낮아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원자력 발전량이 늘면서 배출비중이 떨어졌다. 하지만 전력 부문은 여전히 국내 핵심 배출 부문으로 감축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무탄소에너지 발전 확대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기여도를 더 높여야 한다. 주요국들이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원전 설비용량을 확대하자는 데 합의한 만큼 우리도 원전 활용도를 더 높여야 한다.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원전의 계속운전과 이용률 향상, 신규 설비 건설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균형을 이루도록하고 수소·암모니아, CCUS(탄소 포집·이용·저장) 등 여타 무탄소에너지와의 적절한 조합도 필요하다. 국내 노력과 별도로 국제적인 차원에서 기후변동에 취약한 개도국에 대한 자금 지원, 재해 방지 기술 공여, 인재육성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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