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 칼럼] ‘보수’의 진정한 가치는 R&D에서 나온다

한양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2024-01-24 08:05:58 댓글 0
▲한양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과학 입국의 초석을 닦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965년 미국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월남전 참전 대가로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소) 설립을 요구했고, 미국으로부터 841만달러(현재 가치 약 600조 원)을 원조받아 그 이듬해에 KIST를 출범시켰다. 이후 AID 차관 600만 달러와 미국 수출입은행 1160만 달러의 차관으로 1971년 KAIST(한국과학기술원)을 발족하면서 박 대통령의 ‘과학 입국’ 토대가 완성됐다.

KAIST는 2021년까지 박사 1만4418명, 석사 3만5513명, 학사 1만9457명 등 총 6만9388명의 과학인재를 양성했다. 현재 삼성전자 등 대기업 박사인력의25%, 공과대학 교수 20%, 중견·벤처기업 CEO 20%를 배출하며 우리나라 과학기술 인력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과학기술 인식에 대한 일화가 있다. 과기처 장관 출신인 최형섭 초대 KIST 소장의 회고다. 최 장관은 취임 3년이 지나자 1974년 장관직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KIST 방문에 동행한 자리에서 대통령이 "과학 입국에서 핵심 요소가 무엇인가?"를 물었고, 최 장관은 "장기정책"이라고 말하자, 대통령은 "과학 입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장기정책이라는데…"라면서 사직서를 반려했다. 최 장관은 8년 7개월의 최장수 장관이 됐다.

진보의 가치가 파이를 균등하게 나누는 분배의 정의라면, 보수의 가치는 파이를 키우는 생산의 정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간의 연설문을 분석한 결과 ‘자유, 국민, 경제’로 나타났다. 여기서 국민을 민주로 바꾸면, ‘자유-민주주의-경제’라는 보수의 가치가 나온다. 보수의 가치는 자유민주주의 경제를 통해서 파이를 키우는 생산의 정의가 실현된다. 그 중간 과정에 과학기술이 있다. 카를 마르크스는 "노동만이 생산적이다. 자본가는 노동의 가치를 착취하는 것"이라고 했다. 마르크스의 착취론에 슘페터는 기술 혁신론으로 대응했다. 이병철 삼성 회장은 전 재산을 집중해 반도체 기술을 개발했다. 그 결과로 한국 반도체산업을 만들었다. 그것이 ‘노동의 착취냐, 노동(일자리)의 창조냐’라는 논지다.

투기를 일삼는 자본가는 노동의 착취다. 반면, 기술 혁신을 통해서 노동을 창출하는 자본가는 보수의 가치다. 보수는 R&D를 통해서 미래를 창조하고, 진보는 복지를 통해서 현재를 향유한다. 그런데 한국 정치에선 보수는 R&D 예산을 깎고, 진보는 이를 증액하려 한다. 아이러니다. 윤석열 정부는 2024년 예산안에서 R&D 예산을 25조 9000억 원으로 올해(31조100억원)보다 16.6%를 줄였다. 이에 따라 R&D 예산 비중이 4.9%에서 3.9%로 줄었다. IMF 외환위기 때도 없던 33년 만의 R&D 예산 감축이다.

윤 대통령의 2023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민간위원 오찬 간담회 모두 발언 ‘과학 입국’이 공허하게 들린다. 여야간 막판 절충으로 6000억원을 증액하는 걸로 마무리 됐다. 과학기술계가 분노하는 것은 윤 대통령의 과학기술에 대한 철학이다. 지난해 6월 윤 대통령의 "나눠 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이 발단이 됐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장기적이고 전략적이어야 할 ‘국가 R&D 중장기 투자 전략’이 휴지가 됐다. 1년간 준비한 2024년 R&D 예산이 폐기되고, 3일 만에 졸속 안이 만들어졌다. 공익성을 주로 하는 국가 R&D 평가와 효율성을 주로 하는 사기업 R&D 평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국가 R&D 사업은 국가적으론 필수로 민간 영역에서 참여하지 않는다. 사기업 R&D 척도로 보면 전부 낙제점일 수 밖에 없다. "R&D는 가난한 고로, 가난하다"라는 중소기업 빈곤의 악순환을 벗어 나는 첩경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에는 R&D 여력이 없다. 이런 처지가 지방 이공대학도 같다. 그것을 국가 R&D가 길을 터 줘야 한다. 돈이 되고 사업성이 있는 연구는 여유 있는 대기업이 하면 된다. 효율보다는 공익적이고 범용적인 연구에 투자해야 하는 것이 국가 R&D 분배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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