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분산에너지 활성화, ‘그림의 떡’ 될 수도

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2024-01-05 08:14:59 댓글 0
▲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대형 발전소 중심의 중앙집중식 전력 공급 체계를 전력을 소비하는 곳에서 직접 생산하는 분산형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분산에너지는 연료전지·신재생에너지·중소형 원전(SMR)·집단에너지발전과 같은 무탄소 또는 환경친화적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말한다. 송·배전 인프라 등 전력 계통망 구축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환경정책기본법에 규정된 ‘오염원인자 책임원칙’에도 부합할 수 있다.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의 취지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보기 흉한 고압 송전 철탑을 설치할 필요가 없고, 오염과 사고의 위험을 남에게 떠넘기는 윤리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고 분산에너지 활성화가 당장 실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합의를 거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균일하게 부과하고 있는 전기요금 체계를 지역별 차등제로 전환해야 한다. 전기의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거래 절차도 개선해야 한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전기 거래절차 개선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전기를 저장하는 현실적인 기술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전기는 실시간 생산과 실시간 소비를 원칙으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활용이 가능한 분산에너지로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현재의 기술로는 100% 완전한 분산에너지 시스템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분산에너지 시스템은 현재의 중앙집중식 전력의 보조 역할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모든 소비자가 중앙집중식 송전망과 분산에너지를 상호보완적으로 함께 사용할 수 있어야만 한다. 기술적으로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전압과 주파수의 안정성을 요구하는 정밀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어쨌든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하더라도 완전한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불가능하다. 소비자가 사용하는 분산에너지의 양을 중앙집중식 전력 사용량과 철저하게 분리해서 관리하는 복잡한 스마트그리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전국의 모든 송전망을 첨단 스마트그리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시설 투자가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송전망 관리에 필요한 기술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진다. 현재는 한국전력이 교류를 생산하는 25기의 원전과 50여 기의 석탄화력을 비롯한 대형 발전사와 일부 대형 민간 LNG 발전사만 관리하면 된다. 매일 시간대별 전력 수요를 전망해서 전력거래소를 통해 전국의 발전사에 전력 공급을 요청하고, 실시간으로 전력의 생산과 소비를 모니터링하면서 발전량을 조정해야만 한다. 잠시라도 공급이 부족하거나 넘치면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분산에너지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미 전국에 흩어져 있는 소규모 신재생 에너지 사업자의 수가 5000개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엎친 데 덮친다고 영세 발전 사업자의 기술력·관리력은 물론 사회적 책무성도 신뢰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한전이 분산형 전원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관리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이 이런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극단적인 수도권 분포도 분산에너지 활성화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전체 인구의 50.6%에 해당하는 2600만 명이 서울·인천·경기를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전력 수요도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런 수도권에 수요에 걸맞는 수준의 분산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분산에너지시설을 갖추기 위한 공간적인 제약과 발전설비는 물론이고 물론 오염 방지와 사고 예방을 위한 시설을 갖추기 위한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당연히 발전단가도 높아진다.

그런 현실은 이미 대표적인 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의 발전 현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태양광의 발전량의 43%가 호남 지역에서 생산된다. 그렇다고 태양광이 호남지역의 분산에너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호남 지역의 전력 소비는 전체 전력 소비량의 12%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호남에서 생산된 태양광 전력을 고압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분산에너지라고 모두 장거리 송배전 투자가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특별법에 명시된 대부분의 분산에너지가 아직은 기술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미래의 에너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욱이 대부분의 분산에너지 발전사는 필연적으로 영세할 수밖에 없다. 대형 원전이나 석탄화력이 챙길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없다. 결국 영세한 미래 에너지의 발전단가는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쌀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값이 지나치게 비싸면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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