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류 건조기가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미세섬유의 주요 배출원이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세탁보다 건조 과정에서 더 많은 미세섬유가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 네바다주 사막연구소와 환경단체 '리그 투 세이브 레이크 타호(League to Save Lake Tahoe)' 공동연구팀은 일반 가정의 건조기 배출구에서 나오는 섬유를 직접 수집·분석한 결과를 최근 학술지 '환경 독성학 화학(Environmental Toxicology and Chemistry)'에 발표했다.
논문은 건조기를 한 번 가동할 때마다 평균 138㎎의 섬유형 미세플라스틱이 방출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일반 가정 7곳의 건조기 배기구에 1㎜ 크기의 메시(mesh) 필터를 설치하고, 3주 동안 실제 세탁물을 건조하도록 한 다음 필터에 걸린 물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1회 건조 시 55~244㎎(평균 138.6㎎)의 미세섬유가 포집됐다.
이를 미국 내 약 8200만 대의 전기 건조기에 적용하면, 연간 약 3543톤의 미세섬유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셈이다. 그중 약 2728톤은 셀룰로오스(면·마 등 천연섬유), 460톤은 폴리에스터 등 합성섬유 성분으로 추산됐다. 합성섬유에서 나오는 미세섬유는 그 자체가 미세플라스틱이다.

배출된 미세섬유는 공기 중으로 확산돼 호흡기나 수계로 들어갈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단순한 '먼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의류 제작 과정에서 섬유에는 염료, 난연제, 방수처리제, 그리고 독성이 논란인 PFAS(과불화화합물) 등이 첨가된다.
따라서 섬유 조각이 미세플라스틱처럼 환경 중에 남아 생태계나 인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북극해 심층수에서도 폴리에스터 섬유가 다량 검출된 바 있다.
그 동안 세탁 시 발생하는 미세섬유 오염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이 집중됐지만, 이번 연구는 “건조 과정이 더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회전식 건조기의 열풍은 섬유를 마모시키고, 외부로 바로 배출하는 통풍식(vented) 구조 때문에 대기로 곧장 방출된다는 것이다. 가정 실내 공기가 오염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세탁기의 오염은 하수처리 과정에서 일부 걸러질 수 있지만, 건조기의 경우 배출구를 통해 바로 대기 중으로 확산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미세섬유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고성능 보푸라기 필터 사용 ▶건조기 덕트·환기구에 추가 필터 장착 ▶무환기형(ventless) 건조기 사용 ▶자연건조 활용 확대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