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개월 연속 하락한 국내 LPG 가격이 다음 달에 또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쟁 연료인 도시가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도시가스가 가격 우위에 있었지만, LPG 부탄에 가격 역전현상까지 벌어졌다. 도시가스업계는 고객사를 뺏길까 가격 하락 등 마케팅을 강화하며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6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국내 LPG 가격이 3개월 연속 하락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자동차용 LPG 가격은 L당 5월 1089.01원에서 6월 1074.55원, 7월 1053.46원, 8월 1038.85원으로 3개월간 4.6% 하락했다. 산업용 LPG 가격도 같은 수준으로 하락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LPG 가격이 연속 하락한 배경은 국제 가격 하락 및 환율 하락에 있다. 아시아 가격의 기준이 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판매가격(CP)은 프로판 기준 톤당 4월 615달러, 5월 610달러, 6월 600달러, 7월 575달러로 하락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까지 5월 1394.49원에서 7월 1375.22원으로 하락하면서 수입단가가 더욱 내려간 것이다.
특히 8월 사우디 판매가격이 520달러로 더 내려간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가격은 9월 우리나라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지 않는 이상 9월 국내 LPG 가격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잇따른 LPG 가격의 하락에 경쟁 연료인 도시가스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LPG와 도시가스는 성분과 열량은 차이가 있지만 같은 가스체 연료로서 민감한 기기가 아닌 이상 교차 적용이 가능하다. 공장에서 열을 발생시키는데 연료가 도시가스든, LPG든 상관이 없고 오로지 그 비용을 낮추는 게 관건인 것이다.
도시가스는 배관으로 공급된다. 이 때문에 배관이 설치된 곳에는 다른 연료의 마케팅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LPG업계는 돌파구를 찾았다. 배관이 설치된 곳에도 따로 LPG 공급설비를 설치해 주고 사업주에게 경제성에 따라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했다. 사업주는 도시가스와 LPG 가운데 단가가 더 싼 연료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으므로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LPG업계의 마케팅은 성공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통계월보에 따르면 산업용 도시가스 소비량은 2019년 32만2031TJ(열량단위)에서 2024년 29만9794TJ로 5년간 6.9% 감소했다.
반면 산업용 프로판 소비량은 2019년 5003.7만배럴에서 2024년 5954.4만배럴로 5년간 19% 증가했고, 같은 기간 산업용 부탄 소비량은 882.1만배럴에서 1508.5만배럴로 5년간 무려 71%나 증가했다.
산업부문 고객사가 어느 연료를 선택할 지 기준은 단연 가격이다. 기존에는 도시가스 단가가 LPG보다 월등이 유리했지만 최근 차이가 크게 좁혀졌고 역전 현상까지 벌어졌다.
도시가스업계 1위 삼천리의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은 MJ(열량)당 8월 18.4250원이다. SK가스의 8월 가격을 MJ로 환산하면 프로판은 24.88원, 부탄은 18.40원이다. 9월에 LPG 가격이 더 내려간다면 부탄은 도시가스보다 확실한 가격 우위를 갖게 된다. 산업용 부탄 소비량이 크게 늘어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시가스업계도 시장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가격 인하로 맞대응하고 있다. 삼천리의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은 MJ당 5월 20.0024원, 6월 19.5437원, 7월 18.5518원, 8월 18.4250원으로 3개월간 7.9% 내렸다.
산업용 연료시장에서 LPG의 약진, 도시가스의 쇠퇴는 근본적인 시장 운영의 차이에 있다.
LPG 시장은 전면 개방돼 있어 자유로운 물량 수출입과 시장 판매가 가능하다. LPG업계는 이를 토대로 국내 판매는 물론 해외 트레이딩까지 활발히 전개하고 있으며, 특히 소비처도 산업, 수송, 가정, 발전, 화학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반면 도시가스업계는 오로지 한국가스공사로부터만 물량을 공급받을 수 있으며, 가격도 지자체에서 정해 준 요금으로만 판매를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없으니 마케팅에 상당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 도시가스업계 관계자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다음 달까지 LPG 가격이 크게 내려가면서 LPG 업계의 마케팅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도시가스업계는 정해진 가격으로만 공급해야 해 마케팅에 제한이 있다"며 “아직까진 도시가스 가격이 저렴해 버티고는 있지만, LPG 가격이 계속 내린다면 가격 우위도 장담하기 힘들다. 전반적인 시장 체질 및 제도 개선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고 위기감을 토로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