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가을 폭염·폭우가 끝나고 맑은 날씨가 시작됐지만 전력당국은 긴장의 끝을 놓을 수 없다. 날씨가 선선하면서 전력수요량은 줄지만 쨍쨍한 햇빛으로 낮 동안 태양광 발전량은 치솟기 때문이다.
발전량이 수요량보다 많으면 전력망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에 일부 발전소에 가동중단(출력제어)이 실시될 예정이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주 내내 전국이 대체로 맑은 날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 영동이나 남부 지방 등에서 가끔 구름이 많을 전망이다.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시작되는 셈이다.
전력수급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여름철 내내 발생한 폭염이 가을까지 이어지면서 전력당국은 냉방 전력수요 공급에 만전을 기했다. 전력수요가 높았던 탓에 태양광 발전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고점(피크) 시간대에도 20%를 거의 넘지 않았다.
지난 11일에는 폭염 속에 9월 역대 가장 높은 전력수요인 9만3236메가와트(MW)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같은 9월 폭염에 대비해 석탄·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정비 일정을 1~2주 늦추며 대응했다.
전력거래소 전력정보앱에 따르면 당시 태양광 발전량이 피크 시간대인 12~13시에 전력수요에서 차지한 비중은 12.7%였다. 전국에 비가 내렸던 20일의 경우 같은 시간에 태양광 발전량 비중은 전체의 6.9% 수준이었다.
반면 23일 맑은 날씨에 태양광 발전량이 치솟는 게 심상치 않다. 이날 오후 12시 기준 전력시장 내 태양광 발전량은 5628MW로 나타났다. 역대 9월 중 가장 높았던 전력수요를 기록했던 지난 11일 같은 시간 태양광 발전량 3420MW와 비교하면 약 65% 높은 셈이다.
전력시장에서 거래하지 않는 비계량 태양광 통계는 다음날 집계된다. 비계량 태양광 통계까지 집계할 경우 태양광이 전체 전력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피크시간 전력시장 내 태양광 발전량이 전력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9% 정도다. 비계량 태양광 발전량이 보통 전력시장 내 태양광 발전량보다 두 배 이상 나온다. 전력시장 내 태양광 발전량하고 비계량 태양광 확정치를 합쳐서 계산하면 비중은 20% 후반대까지 오를 수 있다.
가을 기간 동안 주말이나 연휴에 공장 등이 쉬면서 태양광 발전량 비중이 30%를 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올해 9~10월 중 평일에도 날씨에 따라 태양광 발전량 비중이 30%를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사례를 보면 지난해 10월 17일 같은 시간대 태양광 비중은 29.8%로 30%를 넘기진 못했다. 9~10월 중 태양광 비중이 평일 중에 제일 높던 시기였다. 올해 태양광 보급량이 지난해보다 더 늘어났기에 발전량 비중이 30%를 충분히 넘길 수 있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같은 가을철 발전과잉에 따른 수급 불균형에 대비하기 위해 오는 11월 3일까지 가을철 전력계통 안정화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전력계통 안정화 대책에는 발전량 감축을 위해 △주요 발전기 정비 일정 조정 △석탄단지 운영 최소화 △공공기관 자가용 태양광 운영 최소화 등을 추진하고 수요량을 늘리기 위해 수요자원(DR) 활용 △태양광 연계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시간 조정 등을 추진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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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