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철강 산업의 저탄소화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국제협력실장
2024-05-29 10:45:03 댓글 0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국제협력실장


철은 태양과 같은 항성의 핵융합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규소 원자 2개가 융합하여 니켈이 만들어지고, 이 니켈은 불안정하여 대부분 몇 달 안에 붕괴하여 철이 된다. 원소 중에서 철의 원자핵의 에너지가 가장 안정적이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초신성 폭발로 인해 만들어진다. 철은 지구의 핵을 구성하는 주요 원소이고, 알루미늄 다음으로 지각에 두 번째로 많은 원소이다. 해마다 지표면을 파고 폭파해서 퍼올리는 물질들의 순위를 살펴보면, 모래와 자갈이 430억 톤, 석유와 가스가 81억 톤, 석탄이 77억 톤, 철광석이 31억 톤이다.

채굴한 철(iron)은 대부분 강철(steel)로 가공한다. 철의 종류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탄소 함량이다. 철이라는 스펙트럼의 한 극단에는 선철(pig iron)이 있다. 쇳물을 거푸집에 붓는 모양이 어미의 젖을 먹고 있는 새끼 돼지들을 닮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선철은 탄소 함량이 약 3~4퍼센트로, 부서지기 쉽다. 반대쪽 극단에는 연철이 있다. 연철은 극소량의 탄소를 함유한 매우 순수한 금속인데, 망치로 두드려서 펼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다.

인류 역사를 보면 독재자이든 민주적 지도자이든 모두가 강철에 집착한다. 강철이 물질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고, 거의 모든 제조 공정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타국의 강철로 자국의 무기를 만드는 걸 선호하는 지도자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트위터에 “강철이 없다면, 국가가 없다!"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마오쩌둥은 강철 생산을 언급하며 중국의 산업적 역량을 자랑했다. 2000년대 초반, 한 중국 기업이 독일 도르트문트에 있는 티센크루프의 제강소를 매입한 뒤 공장 시설을 분해하여 양쯔강 하류의 부지로 실어 날랐다. 이렇게 해서 사강그룹의 본거지인 상하이 북부에 다시 세운 공장은 세계 최대의 제철소가 되었다.

철강 산업은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2021년 생산액이 183.1조원으로 제조업 중 1위이다. 3,045개 사업체에 13만 9천명이 종사한다. 2022년에 중국(18%), 미국(14%), 일본(8.7%), 인도(6.8%), 베트남(6.3%) 등에 545억 달러를 수출했다. 철강 산업은 다른 주요 산업과는 달리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골고루 생산하고 있다. 수도권이 전국 생산액의 15.2%, 충청권 16.9%, 호남권 19.1%, 대경권 24.6%, 동남권 23.8%라는 숫자가 이를 보여준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산업이다.

선철 1톤을 얻으려면 철광석 1.4톤과 석탄 0.8톤이 필요하다. 석탄은 용광로를 가열하는 것과 동시에, 용광로 내부에서 매우 중요한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철광석은 산화철을 풍부하게 함유한 암석이다. 철광석을 금속으로 바꾸려면 산소와 철을 분리해야 한다. 용광로 속에서 철광석에서 분리된 산소와 석탄에서 나온 탄소가 결합하여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7~8퍼센트에 해당한다.우리나라 철강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에 9,327만 톤으로, 국가 총배출량의 14.2%를 차지했다. 산업부문 배출량 2억 4,670만톤의 37.8%에 해당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1위와 7위 업체이다. 이들은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 등의 기술을 사용하는 공정으로 전환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철은 비교적 재활용이 쉽다. 전통적 용광로가 아닌 전기로에 고철을 녹여 강철을 만드는 방식이다. 선진국에서는 강철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는데, 한 사회가 사회기반시설을 충분히 보유하면 강철 수요가 포화점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고층 건물과 자동차가 새로운 철근이나 강철 플레이트로 재생되면서, 현재 미국 내 강철의 3분의 2 이상이 고철에서 탄생하고 있다. 21세기 후반에는 철광석보다 고철에서 더 많은 강철을 얻을 것이다. 재활용 강철을 생산하는 전기로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서 전력을 얻는다면 이것이 그린스틸이라고 할 수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이용해 직접환원철(DRI)을 만들고, 이를 전기로에서 녹여 쇳물을 생산한다. 철광석에 있는 산소와 수소가 만나면 이산화탄소 대신 물이 생긴다. 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선도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그린스틸을 만들려면 엄청난 양의 수소가 필요하다. 아직까지는 그린수소를 만들 때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부터 시행되는데, 철강과 알루미늄, 비료 등 6개 제품을 유럽에 수출하려면 탄소 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 2050년까지 자사가 구매하는 철강제품 전부를 넷제로 철강으로 조달할 것을 선언하는 '스틸제로'와 같은 자발적 이니셔티브도 확산되고 있다. 볼보, 머스크, 오스테드, 지멘스 가메사 등 전 세계 36개 기업이 가입했다.

강철로 만들어진 오늘날의 세계를 유지하고, 한 국가의 안보와 경제를 위해서는 철강 산업의 저탄소화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철강 산업의 저탄소화를 위해 기업들의 기술개발 노력과 정부의 적절한 지원,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김정인

데이터센터

일일국제원유가격

국제환율(미국 USD 매매기준율)

금 가격

국고채 금리(3년)

국내석유제품 가격 동향

국제환율(일본 JPY 매매기준율)

MICE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