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천연가스 업계는 영역 확대를 위한 끝임 없는 갈등 속에서도 민간-공공 간 공존을 모색한 한 해였다. 한국가스공사가 주도하는 산업에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액화천연가스(LNG)배관시설이용심의위원회가 설립됐으며, 내년 도입 20주년을 맞는 LNG 직수입도 나름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액화석유가스(LPG)업계에서는 SK가스가 LNG·LPG 겸용 가스복합발전소인 울산지피에스(GPS)의 상업가동에 들어갔고, E1은 여수 그린에너지 지분 100% 전부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LNG 사업의 출발을 알렸다.
내수경기 침체 및 가격경쟁력 약화 등에 발목을 잡힌 도시가스 업계는 저성장 속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며 사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민간‧가스공사 추천으로 위촉된 7명 위원이 참여하는 배관시설이용심의위원회가 지난 7월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위원회는 가스공사가 운영하는 천연가스 배관의 적정한 가스 인입량을 도출하기 위해 배관시설 이용 기준 수요와 생산기지 송출패턴, 배관망 운영 원칙 등 지점별 인입 가능량 분석 기본조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가졌다.
앞으로 가스공사는 배관시설 이용자와 함께 이번에 마련한 지점별 인입 가능량 분석 기본조건을 토대로 실제 가스 인입량을 예측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배관시설이용심의위원회 위원들은 가스공사 중앙통제소와 LNG 생산기지 현장 방문,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를 심의하며 천연가스 배관망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LNG 직수입 연 1000만톤 시대를 맞아 직수입이 경쟁 촉진과 그로 인한 전력구입비용 감소 등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LNG 직수입은 1990년대 중반 산업체 및 발전사들의 효율 증대를 위해 LNG 구입가격을 낮춰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1997년 발전용과 산업용의 대규모 사업자를 대상으로 자가소비용 LNG 직수입이 허용됐다.
지난 20일 LNG 직수입 20주년을 조망하기 위해 열린 세미나에서는 LNG 직수입 발전기가 증가함에 따라 가스공사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개별요금제를 새로 출시했고, 이는 전력시장 내 유효한 경쟁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전문가 평가가 나왔다.
에너지 안보에 대한 불확성이 높아지면서 안정적인 천연가스 장기도입계약 체결의 필요성도 지속 제기됐다.
현물 위주의 LNG 공급은 물량이 제한적이며,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LNG 현물은 수요 불확실성에 대응할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이 제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LNG 수요에 대한 안정적 공급뿐 아니라 가격의 하향 안정화를 내포하는 장기 천연가스 공급계약 체결을 통해 안정적인 수급관리를 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됐다.
LPG 업계는 LNG 분야에 대한 사업 확대를 지속한 한 해였다.
SK가스와 한국석유공사가 합작해 설립한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이 지난 11월 울산 북항에 위치한 KET 사업장에서 '동북아 에너지허브 울산 북항 코리아에너지터미널' 준공식을 가졌다.
KET는 2008년 국정과제인 동북아 오일허브로 시작된 울산 북항사업을 통해 국내 유일 석유·LNG 복합에너지터미널로 건설됐다. 지난 3월 오일터미널 상업운영 개시 후 6월 LNG 저장시설 완공, 10월 LNG탱크 상업운영을 거쳐 11월 성공적으로 가동에 들어갔다.
총 1조2000억원이 투입된 KET는 납사,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총 170만배럴을 입·출하 및 저장할 수 있고 LNG 405만배럴을 하역/저장/기화·송출할 수 있는 설비가 갖췄다. KET는 SK가스가 LNG 사업을 본격적으로 개시하며 성공적인 비즈니스모델 혁신을 이뤄냈다는데 의미가 있다.
E1은 올해 여수 산단 내 495MW급 LNG 집단에너지 사업권을 보유한 특수목적법인 여수그린에너지 인수를 완료했다. 이를 통해 여수 지역에 LNG 열병합발전소 건설 추진 등 집단에너지 사업에 본격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E1은 평택, 김천, 전북 등지의 LNG 발전소 세 곳을 약 1조원에 인수하며 본격적인 발전사업에 나섰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및 가격경쟁력 약화로 인한 수요 이탈 등 이중 고충을 겪고 있는 도시가스 업계는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도시가스 예상판매량은 총 235억입방미터(㎥)로 전년대비 5~6% 감소(잠정)할 전망이다.
도시가스 수요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국내 주거환경이 가스난방과 가스기기 사용에서 지역난방과 전기 제품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탈탄소 정책도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한 도시가스 산업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전기차 보조금 조기 집행한다더니 “1월에는 못줘요”, 왜?
2025.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