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계가 트럼프 집권에 계엄, 탄핵리스크까지 지독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반전기차' 정책을 추진 중인 트럼프 2기 집권으로 기존의 세액공제 혜택이 무산 위기에 놓여 정부의 지원이 간절한 상황인데, 현재 한국 정치판은 막장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런 계엄 선포, 그리고 탄핵 추진으로 국정은 마비되고 있다. 업계에선 불안정한 정세가 길어질수록 '국가 협상력'이 하락해 협상테이블서 불리한 입지를 가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만약 기존 받던 세액공제 혜택이 사라질 경우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적자의 늪'에서 허덕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 지난 7일 대통령 탄핵 소추안 부결 등 국내 정세가 오락가락하면서 트럼프 2기 집권을 앞둔 배터리 업계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공약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를 외칠 정도로 친환경 정책에 부정적인 인물이다. IRA가 폐지된다면 기존 혜택을 누리던 국내 자동차, 배터리 업계엔 직접적 타격으로 이어진다.
특히 배터리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IRA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금액이다. AMPC는 미국에서 생산·판매하는 배터리 셀에 kWh당 35달러, 모듈에 kWh당 10달러의 세액공제나 보조금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한국 업계는 이 제도를 활용해 적자를 흑자로 탈바꿈 시키면서 근근히 버텨왔는데 트럼프의 집권으로 모든 것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여기서 나서야 할 것은 한국 정부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협상테이블에 앉아 그간의 우호적인 관계를 어필하고 국내 산업의 강점, 이점을 설명하며 최대한 우리 기업들에 유리한 조건을 끌어와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계엄선언, 탄핵 추진으로 치열한 정당싸움만 진행되고 있다. 이는 곧 국가의 집행력 저하로 이어지고 '협상력 저하'로 직결될 전망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거취 불확실성이 지속될수록 한국의 대외신인도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도 이런 상황에 불안함을 표출하고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의 정책 집행력이 떨어져 대외 협상에서 불리해질 것"이라며 “특히 트럼프가 집권한 대미 협상에서 굉장히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국에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선 한국의 흠을 하나라도 잡으려고 들 것이다. 특히 트럼프는 자국 산업 보호에 혈안이 된 인물이기 때문에 최근 한국의 어지러운 정치 상황을 핑계로 자신들에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이끌어 갈 확률이 높다.
이미 국내 배터리 업계는 국가 간 협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했다. 지난 바이든 정권 시절때도 중국산 흑연 보조금 유예 협상을 받아내는데 정부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트럼프가 취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가협상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한편 각국의 기업들은 정부와 손을 잡고 트럼프와의 물밑 협상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한국 정부는 동력을 상실해버린 탓에 국내 기업들의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5월 중국산 흑연 보조금 유예를 받아내는 데 정부의 역할이 컸던 것처럼, 트럼프 2기와의 협상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탄핵 전후라도 여야가 공조해 대미 정책과 국내 기업 지원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