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에너지 정책 기조 강화를 위해...‘조직화된 무책임성’부터 벗어나야

2024.10.28 10:58 댓글 0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최근 에너지 부문의 가장 큰 '이슈'는 국제에너지기구(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가 최근(10월 16일) 발표한 '세계 에너지 전망(WEO:World Energy Outlook) 2024' 일 것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매년 WEO 출간을 기다리고 그 내용을 음미하면서 금년을 마무리하고 앞날을 기약한다. 올해 WEO 내용 중 가장 주목할 것은 '전기 에너지 시대'이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슈'이다. 오래된 에너지 원론에서 에너지의 진전 방향을 나무 땔감, 석탄 등 '고체' 에너지 시대에서 석유 등 '액체' 에너지 시대로 발전하고 가스, 수소 등 “기체' 에너지 시대로 나아간다고 한다. 이런 진전의 끝은 석탄, 석유 등 모든 천연자원 바탕 에너지원들이 도선(導線: Grid) 에너지인 전기로 전환되어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에 도달한다. 상술한 IEA의 WEO 2024에서도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 연료의 사용 정점이 가까워진 만큼 조만간 '전기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2020년대 하반기부터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과잉을 예상하였다. 이에 따라 화석 연료 가격의 하락 소지가 크다. 당연히 이 부문에 대한 투자 매력은 줄어든다. 이에 정부 등 공공부문은 미래 지구환경문제에 대비하여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투자를 강화할 것이다. 그리고 비효율적인 화석 연료 보조금을 폐지/축소할 것이다. 이 결과로 태양광 등 주요 청정에너지 생산 능력이 대폭 증가할 것이다.

이에 따라 관련 전문가/기관들이 원유 가격은 강세장이 오더라도 현재 수준보다 5~10달러 정도 상승에 머물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현안 관심사인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시설 직접 공격 가능성은 미국, 유럽 등의 적극적 중재로 매우 낮다고 한다. 사실 이란은 지금 최대 200만 배럴/일(bpd) 수준 수출을 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공급량의 약 2% 정도이다. 지금 세계 원유시장은 공급은 풍부하고 수요 증가는 부진한 편이다. OPEC+로 총칭되는 러시아와 석유 수출국 기구(OPEC) 국가들은 500만 배럴/일 이상의 추가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란 원유 공급중단에 대비에 충분한 수준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만 해도 400만 배럴/일 이상의 추가 생산이 가능하다. 더구나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으며, 브라질, 멕시코, 가이아나 등지에서 원유 증산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 유럽의 예상보다 저조한 경제 성장과 휘발유차에서 전기 자동차로의 대체 움직임으로 인해 석유 수요 증가속도는 낮아지고 있다. 올해 석유 적정 가격을 70달러 수준이라는 의견도 많다.

 

여기서 우리는 에너지 유발 환경오염문제가 갈수록 부각 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번 WEO 내용에서도 저공해 에너지원에 더 많은 투자를 강조하였다. IEA는 현재 각국 여건을 종합할 때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저탄소(Low Carbon) 에너지원이 전 세계 전력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IEA 사무국은 석탄 시대와 석유 시대를 거쳐, 이제는 저탄소- 신재생 에너지원을 기반으로 하는 '전기 시대'가 오고 있다고 공언하였다. 특히 중국의 저탄소 에너지 개발 속도에 유의하였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는 조만간 원자력, 풍력, 수력, 가스, 그리고 마침내 석탄을 제치고 세계 최대 발전원이 될 것으로 보았다. 이런 여건에서 석탄, 석유, 가스 등 핵심 화석 연료 수요는 2030년 즈음 최고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석유 수요가 2030년경 하루 약 1억200만 배럴로 최고치에 달한 뒤 2035년엔 하루 9천900만 배럴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여건에서 IEA/WEO 자료를 포함하여 여러 전문기관 자료를 종합하면 현재 세계 에너지/환경 여건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물론 이미 언급한 내용도 있지만 가용한 모든 전문의견을 취합한 것이다. 미묘한 전문기관 간의 다른 의견을 음미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는 2030년까지 2.7배 증가할 것이다. 이는 지난 9월 '두바이'개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결의한 신재생 용량 '3배 증가' 목표에는 못 미친다. 사실 IEA는 COP28에서 2030년까지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을 세 배로 늘리고 화석 연료 사용량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건설허가 및 송전망 연결과 같은 많은 제약요인 극복이 문제인 것 같다.그래도 청정에너지는 "전례 없는 속도“로 성장하여, 석탄, 가스, 그리고 석유를 추월하여 "2030년대 중반“에 세계 최대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재생 에너지와 원전을 포함한 저탄소 에너지는 2030년까지 44% 성장하여 글로벌 에너지 공급의 주력이 될 전망이다. 같은 기간 동안 글로벌 에너지 수요는 5% 정도 증가할 것이다. 전기 자동차(EV)는 작년 전망에서 2030년까지 하루 400만 '배럴'의 원유 대체가 예상됐지만, 올해 여러 전망에서 2030년까지 600만 배럴/일의 원유 대체가 가능하단다. 세계는 2030년까지 CO2 배출량을 2023년 수준보다 4%쯤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래도 산업화 이전 기온보다 2.4도 상승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기온상승 전망은 아직도 강력한 경고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변화에 즈음하여 우리나라 입장에서 가장 큰 걱정은 에너지 문제가 또다시 지정학적 변화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다. 시장변화 과정에서 경제 논리가 배제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불길한 징조이다. 원자재가격, 환율, 인플레 상승이라는 우리 경제의 고질적 병폐(3高) 문제가 재연될 수도 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우리 과제는 국가안보 차원의 에너지자원부문 위험관리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여러 한계가 있다. 에너지 수입의존도 97%, 중국, 일본 등 세계 2~3위 석유 수입국과 근접한 동북아 에너지시장의 구조적 불안정성, 그리고 남북분단에 기인한 고립된 우리 에너지시장 등 구조적인 한계 요인들 때문이다. 이 결과 오랫동안 추진해온 수입의존도 감축, 동북아 에너지공동체 형성, 남북 에너지협력이라는 3가지 우리 에너지 '비전'추진이 걱정이다. 이에 우리 에너지전략 변화를 재검토할 수 있다. 실용화가 다소 불확실한 수소 등 대체에너지 개발 대신에 '지속 가능한 화석에너지(Sustainable Fossil Fuel)'개발전략이 검토될 수 있다. 이 전략은 석유, 가스 등 비교적 청정한 에너지 단기확보와 석탄 등 저급연료의 청정화를 동시 추진하는 '단기' 전략이다. 물론 저탄소 에너지원개발은 '장기 중점'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런 전략추진은 2030년까지는 석유, 석탄 등 화석 연료가 세계 에너지 수요의 80% 이상 유지한다는 각종 전문분석과 전망에 기반한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공급구조를 바꾸는 것은 막대한 체제전환비용이 소요된다. 그리고 장기간의 준비 기간도 필요하다. 따라서 국가 에너지전략에는 반드시 시스템 안정성, 예측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선진국들도 '남몰래' 기존 에너지산업의 보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에너지 문제를 '통제 불가능한 위험'에서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다. 이런 판국에 국내 전기요금 조정은 정부 실패를 지속하여 에너지 문제를 '통제 불가능한 위험'으로 악화시키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정부가 24일 산업용 전기요금만 킬로와트시(kWh)당 평균 16.9원(9.7%) 인상하고, 가정용 등 여타 요금을 서민 생활 안정 등을 구실로 동결하였다. 당연히 정책 실패에 따른 비용을 기업에 떠넘긴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국민 여론에 부응하여 당장 반발이 가장 적을 산업용만 인상하는 것으로 시장원칙 무시하면서 요금체계 왜곡을 가중한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참고로 우리 주택용 전기요금은 OECD 평균의 54%, 산업용은 66% 수준이다.이제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지금 확실한 대안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국가 차원의 '조직된 무책임성'(Organized Irresponsibility)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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