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11차 전기본 신재생 비중 상향해야” 요구…산업부 묵살 의혹

환경부, 기후변화영향평가 협의 내용에 “기후위기 국민적 관심 고려해야”
녹색연합 “협의내용 반영 않는다면 영향평가 제도 취지 전면 부정하는 셈”
2024.10.07 11:16 댓글 0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12동 대강당에서 열린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에서 시작에 앞서 “핵발전소 수명연장, 신규건설 결사반대" 등을 주장하며 단상을 점거하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보다 2030년 신재생에너지 목표 발전량 비중을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고 확인됐다. 환경단체는 산업부가 환경부 의견을 묵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7일 녹색연합은 11차 전기본 전력환경영향평가, 기후변화영향평가 협의내용에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의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 및 국제동향 등을 고려하여, 본계획 확정 전까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상향하여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후변화영향평가 협의내용에 대해 “(산업부가 11차 전기본 초안에서 제시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1.6%보다 높여야 한다는 의미가 맞다"고 밝혔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중장기 전력수요와 공급에 대한 15년간의 장기계획으로 2년 주기로 수립하도록 돼 있다. 올해 수립 중인 11차전기본은 2024~2038년까지를 계획기간으로 하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초안에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1.6%(재생에너지 18.7%)로 정하고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려면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기후변화영향평가에 대해 환경부와 협의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두 평가는 보완 1회를 거쳐 지난달 23일 '조건부협의'로 협의가 완료됐다.

환경부의 기후변화영향평가 협의내용에 따르면, 본 계획 확정 전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상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협의서는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보다 낮고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가 더딘 상황이므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노력을 배가해 국제사회의 흐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의 신재생에너지 비중확대 취지에 부합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지난해 1월 확정된 10차 전기본은 이전의 신재생에너지 2030 발전비중 목표를 30.2%에서 21.6%로 대폭 낮춘 바 있다. 지난해 4월 수립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는 '21.6%+@'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11차 전기본은 여전히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6%로 계획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런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부족함을 지적하며 수정을 요청한 셈이다.

또한 환경부는 협의내용을 통해서 “국내 신재생에너지 잠재량을 적극 활용할 경우 신재생에너지 비율 상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므로 본계획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관계부처 등 협업을 통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상향해 반영해야 한다"고 밝히며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변동성이 심한 상황이므로 LNG 비중을 확대하기보다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상향하는 전원믹스 개편을 검토할 것"도 주문했다.

녹색연합은 이러한 협의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산업부의 전기본에 대해 환경부가 최종 조건부협의 의견을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계획 변경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사회적 논란이 큰 11차 전기본에 대한 기후변화영향평가 결과가 투명하게 알려지지 않은 점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확대 요구가 담긴 협의 결과를 산업부가 묵살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된다"며, “만약 산업부가 협의내용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이는 심각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도입한 기후변화영향평가 제도의 취지를 전면 부정하는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황 팀장은 “협의내용에서 밝힌 것처럼, 기후헌법소원 판결의 취지와 국제사회의 흐름을 반영해 산업부는 11차 전기본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상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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