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재생에너지 전력의 우선 접속을 보장해야

2024.08.19 11:02 댓글 0
▲신동한 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 이사


“전력망 운영자는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자의 전력망 접속을 보장해야 한다." 이는 1990년 독일 연방의회에서 제정한 '전력망접속법(Stromeinspeisungsgesetz, the Electricity Feed-in Act)'의 첫 번째 핵심 조항이다.

이어서 이 법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전력 소매 가격의 90%, 수력과 바이오매스 발전은 65~80%의 가격으로 20년간 구매를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이로써 육상 풍력의 보급은 속도를 내게 되었지만 생산비가 비싼 태양광은 아직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독일 연방 정부는 2000년에 전력망접속법을 대체하는 '재생에너지법(Erneuerbare Energien Gesetz, EEG)을 제정하여 구매 가격을 생산비를 보전하는 수준으로 정하였다.

재생에너지 전력의 전력망 우선 접속권은 당연히 유지되었다. 송전망 운영자가 '재생가능에너지 우위 원칙'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경우는 첫째, 이를 발전소 운영자와 계약으로 합의하였고, 둘째, 그 합의가 발전소를 송전망에 더욱 효과적으로 연결시키도록 할 때 만이다.또한 송전망 운영자는 재생에너지 전력의 접속을 보장하기 위해 자사 송전망을 “기술 수준에 상응해 최적화, 강화시키고 확대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무리일 때는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송전망 용량 확대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그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

송전망 운영자의 송전망 용량이 소진했고 아직 용량 확대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을 경우에 대해서는 2009년 개정법에서 상세히 규정하였다. 이 과도기에 송전망 운영자에게는 특정 조건 하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대신 발전소 운영자는 송전망 운영자에게 수익금 손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였다.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2023년에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서 51.6%를 기록했다. 파이프로 연결한 러시아의 가스를 사용하던 유럽은 2022년 2월에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독일은 천연가스 소비량의 55%를 러시아에서 들여오던 만큼 타격도 컸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줄였던 석탄발전까지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자립에너지인 재생에너지가 전력소비량의 절반을 생산했으니 이런 효자가 없게 되었다.

이 두 법에서 밝힌 법의 취지는 자립에너지 사용으로 에너지 안보를 제고하고 청정에너지로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에 대응한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독일은 이제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수입 에너지 가격의 변동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탄소국경세 시행으로 그동안 들어간 비용의 일부를 고탄소 국가의 기업들로부터 받아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 부담에 한몫할 것은 물론이다.

이 제도의 시행에 대해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석탄발전과 원자력 발전으로 전력산업을 독과점하고 있던 전력대기업들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유입으로 경쟁을 해야 하는 데다 특히 첨두부하 시 높은 가격을 받던 가스발전량이 먼저 감소하여 수입이 줄어들었다. 1998년 초 독일의 4대 전력회사 중의 하나인 E.ON의 전신 프로이센엘렉트라가 유럽사법재판소(EJC)에 독일의 전력망접속법이 유럽연합의 반보조금규칙을 위반했다고 제소하였다. 그러나 2001년 3월 13일 유럽사법재판소는 첫째, 그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실제 경제적 가치보다 최소한의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고, 둘째, 재정적 부담을 전력망업체가 부담(최종적으로는 소비자 부담)하므로 재정 보조가 아니라고 판결하였다. 이후 독일의 송배전망 업체들은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재생에너지 전력의 간헐성이 전력망 운영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하였다. 현재 4% 이하로 오차율이 떨어진 예측 시스템의 개발은 그 중의 하나이다.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오차율은 더욱 개선되어 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송배전망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전력은 재생에너지 전력에 대한 총공세를 펴고 있다. 전력망 접속 비용 및 통제 시스템의 발전사업자 부담과 보상 없는 출력 제한, 송전망 용량 소진에 따른 발전사업 허가 중지 등 2~3년 사이에 재생에너지의 진입 장벽을 첩첩이 쌓고 있는 중이다. 일개 기업에 의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헤어날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양새다. 행정 규칙과 공기업의 지침으로 한국의 에너지 정책이 퇴행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의지가 없다면 국회가 나서 입법으로 막아야 한다. 유럽의 산업강국 독일의 현재는 우리가 가까운 미래에 따라가야 할 모델이기 때문이다.


신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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