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실질적인 에너지위기에 접어든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관계 악화, 인플레이션, 다양한 '포플리즘' 등에 따른 것이란다. 신중한 국제기구들도 우려 의견을 내기 시작한다. 사실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 적정 대처를 통한 긴축 위주 경제안정화 조치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 대선과 유럽 등지에서 정치적 불확실성 등 시대상황적 특수요인도 가세한 것 같다. 전 세계 차원 경기침체와 고금리가 병행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장기화 우려의견은 여전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중진국 내지 선도 개도국들에게는 예상 외로 큰 부담초래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실 요즈음 에너지위기의 발단은 2020년 '코로나'사태에 따라 인간과 물자의 이동 통제에 따른 '글로벌' 공급체계 장애 현상에서 유발된 측면이 크다. 2차 대전 이후 인류공영의 기반인 개방형 자유무역체제의 한계인 셈이다. 여기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유럽 등지에서 에너지 공급 장애가 심화되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서방세계의 러시아 규제조치 강화로 동-서 냉전체제 복원 우려마저 있다. 지난 50년 이상 인류복지 증진의 밑바탕인 '호혜적 경제협력체제' 붕괴 우려에 주목해야 한다. 에너지는 생존의 기반으로 공공 필수재(財)이지만, 현실에서는 시장경쟁대상이다. 여기다 정부의 힘이 시장을 압도하는 시장왜곡이 빈번하다. 그래서 해결이 어렵고 오래 걸린다.
지금 우리나라 에너지부문의 가장 큰 문제는 미래 불확실성 고조이다. 그것도 전통적인 해외공급 불안이나 물량부족 걱정 보다 미래예측 혼돈과 한계에 따라 미래 불확실성이 축적되고 나아가 위기의 씨앗이 축적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장기 전력수급계획이다. 거의 2년 단위로 수정-변동되고 있어 미래 위기의 씨앗이 축적되고 확산되는 양상이다. 여기다 청정 에너지전환 추세에 따른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재단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적정 논리근거 구성이 어려운 상태이다. 따라서 전력계획은 여러 결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주도 공공계획으로 지속되고 있다. 정부의 존재의 상징이기도 하다. 더욱이 최근에는 정치이념에 근거한 전력수급구조 급변이 심해지고 있다. 진보와 보수정권에 따라 각기 신재생과 원전을 위주로 편성하고 있다. 예컨대 석탄발전 효율성에 주목해온 보수정권에서는 전력사업 확대와 기술혁신에 따라 원전 확대를 지속하였다. 그 후 문재인 진보 정부에서는 탄소 중립정책의 실행 수단으로 신재생 중시 전력정책을 시행하였다. 현임 윤석열 정부에서는 어김없이 원전부흥이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200조 이상의 한전 적자에도 지속된다. 결국 갚아야 할 공기업 적자를 미래 세대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에도 변함없다. 석유제품과 천연가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석유 관련세금 징수유예로 국제유가변화 압력을 상쇄하는 동시에 민수용 천연가스비용을 한국가스공사 부담으로 전가하는 시장개입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민생정책으로 호도하는 가운데, 정부실패에 대한 고려는 아예 없는 것 같다. 참고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서 초당적 추진된 원전 확대 법안에 서명했다. 그러나 민간의 원전참여 확대를 위해 정부는 사업여건 조성지원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방형 시장경제체제에서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5% 수준이다. 이에 물가, 국제수지, 경제성장 등에 미치는 에너지 영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전문성과 사명의식으로 무장한 에너지 전문가들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 진다. 지금도 전력수급계획의 경우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와 자료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전문적 의견과 견해들은 진짜 쓸 만한 것일까? 한마디로 너무 많아서 가치충돌로 판단불능이다.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그 이유는 다양한 전문 분야가 융합하는 에너지 문제 특성 때문이다. 학제적(學際的: Inter-Disciplinary)논리의 특성이기도 한다. '학제적 특성'은 매력적인 개념이지만, 그 정체성(Identity)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혼란이 많다. 그 개념의 정의(定義)와 범주(範疇)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전공과 배경을 불문하고 누구나 자의적으로 에너지전문가로 행세할 수 있다. 에너지 전문가 시장의 진입이 너무 쉽다. 그리고 그 퇴출경로가 불분명하다. 더구나 신규인력 진입도 기득권 보호 수준에서 이루어져 시장수요와의 괴리는 더욱 벌어진다. 한마디로 쓸 만한 사람은 찾기 힘들다. 더욱이 자칭(?) 전문가들이 진짜 전문가를 밀어내기도 한다. 구축(驅逐; Crowding-Out) 효과가 발생한다.
결국 우리 에너지 전문가시장은 '정도(正度)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인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논어(論語)의 경구(警句)를 생각하게 한다.
최기련
[EE칼럼]기후변화 대응 막는 전력시장 경쟁 부재: 한전 자회사 재통합 논쟁
2024.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