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요동치는 글로벌 공급망, 정책 탄력성 높여야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2024-01-17 08:07:52 댓글 0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지난 9일 제21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많은 법률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보신탕 금지를 규정한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자원안보특별법’도 주목된다. 이 법은 석유, 천연가스, 석탄, 우라늄, 수소, 핵심 광물, 신재생에너지 설비 소재·부품 등을 ‘핵심자원’으로 지정하고, 평상시에도 정부가 비축, 공급망 취약분석, 조기경보 시스템 운영 등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소재 부품 장비 산업법’ 개정과 ‘공급망 기본법’ 제정에 이어 ‘공급망 3법’이 완비됐다.

사실 90%가 넘는 우리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2년 째로 접어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00일 넘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공격 수준을 높이고 서방국가들은 러시아 북극해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무산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수에즈즈운하와 연결되는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으로 수송에도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세계 원유 주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통과도 점차 불확실해 지고 있다. 석유 등 에너지와 함께 주요 원자재인 식량의 경우 아마존 지역 가뭄과 우크라이나 등 동구지역 식량의 홍해수송 여건의 변동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리튬 등 첨단산업용 희귀광물의 수급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공급부문 불확실성과 수급 애로에도 불구하고 올해 에너지 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약보합세다. 수요부문의 불확실성이 공급부문에 못지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압도한다. 이를 반영하여 유가는 미국 시장과 유럽 시장에서 배럴당 70달러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분기 뿐 아니라 2022년 수준보다 10%정도 낮다. 유럽 가스가격도 2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곡물과 기초금속도 전반적 약보합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0년대 초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일시적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추세가 기력을 다한 셈이다. 수요나 공급여건 변동이 바로 가격변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천연자원 개발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천연자원 개발공급과정에서 소요되는 장기 투자 선행 기간과 높은 초기투자 압력에다 공급의 낮은 가격 탄력성에 연유한다. 만성화된 구조적 시장실패다.

에너지-자원시장 실패 사례는 석유가 가장 적당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 석유 수급은 전반적으로 균형상태를 유지해 왔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브라질,가이아나에서의 원유 공급확대로 비롯된 수급균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러시아를 포함한 산유국 협력체(OPEC+)의 생산 증가도 가능할 것 같다. OPEC+는 가격 안정을 위해 글로벌 공급량의 2%에 해당하는 하루 약 220만 배럴을 자발적으로 감축했다. 이들 산유국의 전략변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2분기 초반에는 하루 55만 배럴의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 미국 등 선진국 여름휴가 수요증가 대처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가스의 경우 유럽의 온화한 겨울 기후 덕분에 저장용량이 약 90% 수준으로 유지했다. 이는 지난 5년 평균보다 훨씬 높다. 이에 따라 유럽 뿐 아니라 아시아 가스 가격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다. 이는 석탄발전의 가스발전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나아가 세계 석탄 가격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대두된 이른바 ‘시아파 초승달(Shia Crescent of Power)’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아파 초승달은 시아파 비중이 높은 초승달 모양의 중동지역 국가를 뜻하는 것으로 레바논, 시리아, 바레인, 이라크, 이란, 아제르바이잔, 예멘, 아프가니스탄 서부 등이 해당한다. 그 맹주는 이란이다. 이들 국가는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등 중동 석유와 LNG 해상운송 루트를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산유국 카르텔’ 형성이 가능하다. 이들 지역 위기는 유가 200달러 시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벌써 중국과 러시아는 이들과 연대를 통해 안정된 저가 에너지 수급과 국제연대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중국-러시아-이란을 연결하는 새로운 ‘공포의 악의 축’ 출현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기에다 최근 사우디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새로운 성장엔진 국가)에 가입했다. 최근 브릭스 회의에서 이집트, 이란, 에티오피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를 신규 가입국으로 받았다. 이들은 달러화 기축 통화제도 혁신 등을 통해 2차 세계대전 이후 확립된 세계 경제 질서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BRICS는 우리나라,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신흥산업국(NICs)을 대신하는 새로운 세계 성장동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브릭스국가들과 관계를 현명하게 설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제일 먼저 석유, 가스 등 에너지 교역체계 효율화에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시장 상황의 극단적 변화수준을 단기·중기·장기 전략으로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 과거와는 다른 극단적 변화가 갑자기 분출되고 일부는 뜬금 없이 사라진다.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여유가 부족할 수 있다. 에너지나 원자재 해외의존형 수출경제로 성장한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변화되는 여건에 대한 대응능력이 요구된다. 해외에서 자본과 지식을 도입해 성장한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사고체계와 미래비전 정립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많다. 에너지·자원부문이 대표적이다. 그 후과(後果)가 올해부터 표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개인 조급증이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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